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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슈] 기후변화와 양성평등

2017-12-29

이한나 지식네트워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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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lobal Gender Gap Report 2017, World Economic Forum)

지난 달 1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7(Global Gender Gap Report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18위로 튀니지(117위)의 뒤를 이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전 세계 18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 GII)에서 10위를 기록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UNDP의 성불평등지수가 여성의 삶의 질과 인권에 초점을 둔 ‘절대평가’라면, WEF의 성 격차 지수(GGI)는 사회문화적, 경제구조적인 요인으로 인해 나타나는 남녀 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선정의 기준이 되는 항목들도 다르고 한계점이 있는 지표들이긴 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격차가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기도 하다.

 

‘양성평등(Gender equality)‘은 남녀가 같다는 것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가 동일한 가치와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1997년 UN은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전략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한 뒤 모든 부문의 정책프레임과 통합하기 시작했다. 성 주류화 전략은 개발에 따른 혜택을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받게 하는 데 목적을 둔다.(KOICA, 2016) 양성평등이 빈곤퇴치와 효과적인 개발 촉진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대두됨에 따라 이전까지 특수 개발사업 분야로 간주된 양성평등이 지속가능한 개발의 중요한 의제가 되었다.

 

개발도상국에서의 양성평등 이슈는 실질적인 경제 문제로 드러난다. 전 세계 70%의 여성이 하루 1달러 미만의 돈으로 삶을 영위한다. 또한 여성은 전 세계 노동의 67%를 담당하지만 그 소득은 세계 소득의 10%에 그친다. 전 세계 식량의 절반은 여성들이 생산하지만(농촌지역에서는 주요 작물의 60~80% 생산) 생산수단(토지 등)의 1%만 소유하고 있다.

 

녹색기후기금(GCF)은 환경사회영향평가(ESIA)에 젠더 분석 포함을 의무화시킨 유일한 펀드로, GCF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은 것 역시 ‘양성평등’이다. GCF 이전의 기금들의 경우 기후변화에서의 감축/적응 만 고려했을 뿐 양성평등은 고려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구환경금융(GEF)가 10년 간 진행한 132개 프로젝트 중에서 단 11개만 젠더 이슈를 포함시켰다. 다시 말하면 GEF의 경우 약 12%만이 예산에 젠더 이슈를 포함했다는 것이다.

 

젠더 이슈가 중요한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여성이 더 크게 받기 때문이다. 그 근원은 남녀 간의 불평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는 무슬림 국가이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의 동행 없이 외출을 할 수 없어 사이클론 조기 경보가 울려도 피하기 어렵다. 홍수나 가뭄은 생활을 어렵게 만들어 여아의 조기결혼, 인신매매 등의 인권 문제와도 연결된다. 또한 가뭄이 계속되면 여성들은 물을 얻기 위한 ‘시간빈곤’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지만 핵심은 남성에 비해 교육 수준이 낮고, 소득이 적은 여성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응 역량이 부족하여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이다.

 

이처럼 성 불평등의 문제는 기후변화 감축과 적응에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GCF는 사업기획에서부터 목표, 활동, 지표에 젠더 이슈를 반영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젠더분석은 특정한 상황에서 생물학적 성의 차이를 인정하고 힘의 역할을 분석하는 체계적인 과정이다. 양성평등을 논할 때 여성에만 초점을 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권리를 갖는 것인데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여성이 훨씬 취약하기 때문에 더 많이 언급되는 것이다. GCF 재원 활용은 물론, 국제기구의 해외 개발 사업에 참여한다면 기후변화와 젠더의 연관성은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다.

 

 

※ 해당 게시물 내용은 기후변화센터의 공식 입장이 아닌, 작성자 개인의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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