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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의욕성과 정합성, 실행력 중심의 2035 NDC : 신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위한 제언

2025-05-29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최재철 이사장

 

 

2025년 6월 대한민국은 별도의 인수절차 없이 바로 출범하는 신정부와 함께 새로운 국정의 출발점에 서게 된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특히 기후·에너지 분야는 국제사회의 다양한 움직임, 기술 혁신의 속도, 산업계의 대응 여력 등 많은 요인이 중첩된 더욱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가운데,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수립은 단지 다음 감축 수치를 제시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형 저탄소경제 전환 전략의 근간을 다시 설계하는 중대한 기로이자 기회이다.

 

 

1.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의욕성’, ‘정합성’, ‘실행력’의 삼각축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닌, 산업·에너지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 개혁의 문제로 확장되었다. 세계 각국은 2025년까지 파리협정 제4조에 따라 2035 NDC를 제출해야 하며, 이는 단순한 수치상의 갱신이 아닌 ‘진전된 목표(Progression)’를 담아야 한다. 한국의 2035 NDC는 국제 사회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우리 내부의 감축 이행 로드맵과의 정합성과 함께 실행력을 갖추어야 한다.

 

감축 목표의 수립에서 ‘의욕성’은 단순히 숫자의 크기로 평가될 수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감축량의 크기만이 아니라 그 경로의 과학적 정합성과 산업별 실행전략에 대한 내실성을 포함해야 한다. 2030 NDC의 이행 진전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감축 효과가 일시적 경기 둔화가 아닌 구조 전환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고탄소 산업의 경우, 수소환원제철, CCUS(탄소포집이용 및 저장)와 같은 국내 기술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실증·사업화 단계에서 공공 및 민간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NDC는 독립적인 수치 목표가 아니라 국가의 저탄소경제 전환 전략의 일부로서, 정책 간 연계와 제도적 일관성을 바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경유지로서의 2035 NDC는 2040년, 2045년과 같은 중간 단계 목표들과 정합적 연결성을 가져야 하며, 동시에 ETS(배출권거래제), 탄소세, 산업 구조 재편, 전력시장 개편 등 기존 제도 개혁과의 유기적 통합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처럼 부처별 정책이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구조에서는 이러한 종합적 로드맵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내 컨트롤타워의 역할 강화와 함께, 제도 간 충돌을 최소화하는 조율 메커니즘이 구축되어야 한다.

 

또한, 아무리 높은 목표를 설정하더라도 실행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목표달성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감축 정책의 실행력은 기술 보유 여부나 재정 투입 규모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이를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예산과 인력 자원의 적정 배분, 기술의 성숙도, 그리고 사회 전반의 정책 수용성까지 포함한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이행 체계의 설계이다.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이행 관리 체계가 뒷받침될 때, 목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의 언어로 전환될 수 있다.

 

 

2. 국제 동향과 국내 현실의 교차점: 선진국형 거버넌스 진화와 한국의 선택
기후·에너지 정책의 중심에는 언제나 제도적 틀이 존재한다. 프랑스는 최근 수차례의 조직 개편을 통해 기후·에너지 관련 기능을 에너지전환부, 기후전환부, 경제부 등으로 정책여건에 따라 수시 조정하고 있으며, 독일의 신정부는 기후부와 에너지부를  분리하여  부처 간 기능의 중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과 덴마크는 에너지부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전환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선진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한다. 기후에너지정책의 실효성은 거버넌스 구조가 각자의 독특한 여건을 반영하여 얼마나 통합적이고, 유연하며, 전략적으로 설계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한국의 기후·에너지 거버넌스는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가 기능을 나눠 담당하면서도 정작 전략적 조정 기능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에너지 전환을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안보 문제는 환경을 넘어 경제, 산업, 기술, 고용 등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총괄하고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

 

일각에서는 ‘기후환경부’, ‘기후경제부’, 또는 대통령실 직속 기후정책실과 같은 고위급 거버넌스 설계를 제안하고 있다. 동시에, 지역 분권 강화를 통한 기초·광역자치단체의 역할 확대, 독립적 이행평가기구 설립 등은 다층적 거버넌스를 보다 현실화시키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6월 출범하는 신정부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정책 일관성과 민관, 중앙-지방 간 연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행 체계를 우선 검토해야 할 것이다.

 

 

3. 신정부가 직면한 정책 현실과 전략적 기회
2025년 6월 출범하는 신정부는 국내외 지정학 및 지경학적 불안, 에너지 안보, 탈탄소 요구의 확산 등 복합 위기가 가중된 가운데 국정을 시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후·에너지 정책은 한편으로는 비용과 부담의 정치로, 다른 한편으로는 혁신과 투자 유도의 촉진제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RE100,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국제 녹색금융 기준 등의 강화는 이제 기후환경 정책이 수출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사안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2035 NDC는 단지 국제사회에 제출하는 문서가 아니라, 한국의 산업·에너지 구조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전략 문서가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 공공 및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정책 리더십의 핵심이다.

 

기후변화센터는 앞으로도 과학과 기술, 정책과 산업현장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실행 가능한 전환을 위한 전략 제안에 앞장설 것이다. 지난 5월 8일, 기후변화센터에서 주최한 「신정부에 바란다 : 의욕성, 정합성, 실행력을 지닌 기후·에너지 정책 제안 토론회」를 비롯한 일련의 논의들이 신정부가 직면할 여러 과제들을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실행 가능한, 그리고 과학과 기술에 기반한 ‘의욕적인 전환’을 위한 행동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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