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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기후와 생물다양성, 분리될 수 없는 이중 위기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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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네트워크팀 박진영 전임연구원

 

 

기후와 생물다양성, 분리될 수 없는 이중 위기

 

 

1. 생물다양성, 기후적응의 마지막 안전망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기록적인 폭염과 홍수, 미세먼지, 감염병 확산은 이미 일상의 안전과 경제적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동시에 전 세계 생물다양성은 급격히 붕괴 중이다. WWF 「Living Planet Report 2022」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전 세계 척추동물 개체군이 평균 69% 감소했다. IPBES(2019)는 앞으로 100만 종이 수십 년 안에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류는 기후와 생물다양성이라는 두 개의 위기를 동시에 맞닥뜨린 셈이며, 이 둘은 결코 분리된 문제가 아니다. 

 

생물다양성은 기후적응의 핵심 기반이다. 습지와 하천은 홍수 시 빗물을 흡수해 피해를 줄이고, 도심의 숲과 녹지는 열섬 현상을 완화해 여름철 도시 온도를 낮춘다. 다양한 생태계는 공기와 물을 정화하고 병원체 확산을 억제하며 시민 건강에도 기여한다. 서울의 경우 5,778종의 생물이 기록되어 있으며, 최근 조사로 55종의 보호 야생생물이 새롭게 지정되었다. 이는 17년 만의 재지정으로,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개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런 지정과 보전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다.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필수 전략이다.
 

 

2. 자연자본, 금융 리스크와 기회의 새로운 축

생물다양성 위기는 경제와 금융에도 직결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전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인 58조 달러가 자연에 의존한다고 추정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조사대상 기업의 75%가 생태계 서비스에 의존한다고 밝혔다. 생물다양성 손실은 공급망 불안정, 원자재 가격 상승,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금융 시스템을 위협한다.

 

해외 금융권은 이미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캐나다의 아한대 숲 보존 프로젝트, 호주의 산호 복원 지원, 생물다양성 펀드 출시 등이 대표적이다. BNP Paribas, AXA, UBS 등은 보전과 수익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금융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KB금융그룹이 가장 선도적으로 자연자본 공시에 나서고 있다. 2024년 발간된 「KB금융그룹 자연자본 공시 보고서」는 국내 최초의 TNFD 기반 공시 사례로, 그룹 자산 포트폴리오가 생태계 서비스에 미치는 의존도와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KB는 TNFD의 LEAP 접근법을 적용하여 교란, 수질오염, 강우조절, 수질정화 등 핵심 리스크 요인을 식별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회피(Avoid)·저감(Reduce)·복원(Restore)·전환(Transform)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K-Bee 프로젝트’(도시양봉장, 밀원숲 조성, 꿀벌 호텔, 생태교육 프로그램), ‘KB 바다숲 프로젝트’(잘피 군락 복원, 해양 생태계 회복), 국내외 숲 조성사업(몽골 사막화 방지 방풍림, 인도네시아 맹그로브 숲 조성 등)은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니라 자연기반해법(NbS)을 통한 리스크 완화와 기회 창출의 모범 사례다. KB는 2030년까지 자연자본 기여 금융 25조 원 투자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며, 생물다양성을 금융 비즈니스의 핵심 축으로 통합했다.

 

이 같은 국내외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틀로 TNFD(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TNFD 2025 Status Report에 따르면, 620개 조직이 50개국 이상에서 TNFD 권고안에 맞춘 자연관련 공시를 시작할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미 500건 이상의 1세대·2세대 TNFD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단순한 의지 표명을 넘어 실제 공시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의 언어로 말하면, 생물다양성은 이제 위험 관리와 성장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핵심 자산이다.
 

 

3. 적응과 금융을 잇는 다리, 네이처 포지티브

기후적응과 금융은 서로 다른 세계처럼 보이지만, 그 교차지점에는 언제나 생물다양성이 놓여 있다. 도시는 생물다양성을 기반으로 폭염과 홍수,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회복력을 확보한다. 금융은 생물다양성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그러나 두 영역은 아직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 기후적응 정책에서 축적되는 생태계서비스 데이터와 금융권의 TNFD 공시는 같은 자연자본을 다루지만 따로 작동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바로 이 둘을 연결하는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역과 도시 차원의 생물다양성 정보가 금융권의 리스크 평가와 투자 의사결정에 통합된다면, 습지 복원이나 녹지축 확충은 단순한 공공재가 아니라 금융시장의 투자대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네이처 포지티브’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길이다.

 

기후위기 시대, 생물다양성은 더 이상 환경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도시의 안전, 기업의 생존, 금융시장의 안정 모두가 생물다양성에 달려 있다. 적응과 금융을 잇는 다리로서 생물다양성을 재조명하고, 정책과 시장이 이를 함께 관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다.

 

•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 생물다양성 손실을 멈추고, 기업·사회가 자연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상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경영 전략으로 자연 파괴를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복원과 재생을 통해 자연이 회복 궤도에 오르게 만드는 전환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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