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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Beyond Tons : 감축을 넘어, 가치로 평가받는 탄소시장

2025-12-05

 

 

개도국협력팀 강진아 팀장

 

 

 

탄소시장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2025년, 탄소시장은 더 이상 ‘감축량’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한때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줄였는가에 달려 있었지만, 지금의 질문은 달라졌다. “그 감축은 지역사회에 어떤 '가치'를 가져왔는가?”, “그 크레딧은 사람과 자연에 어떤 '변화'를 남겼는가?”

 

이 새로운 질문이 시장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탄소시장은 투명성 논란, 방법론의 불확실성, 신뢰 붕괴 등 복합적인 위기를 겪었다. 감축량 중심의 거래 모델만으로는 더 이상 신뢰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이제 시장은 감축이 만들어낸 실질적 영향과 변화를 증명해야만 지속 가능하다.

 

1. '양'에서 '질' — 시장 구조의 전환

탄소시장이 '감축량'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감축 실적의 단순 집계만으로는 정책 신뢰와 금융 가치를 동시에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제도적 환경이 달라졌다. 파리협정 제6조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면서 감축량은 더 이상 자율 보고의 대상이 아니다. 각국은 상응조정과 이중계상 방지 의무를 지니게 되었고, 이에 따라 거래되는 크레딧의 수량보다 회계의 정합성과 감축의 실질성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었다.

 

UN 역시 관리 수준과 보고 체계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과거의 EIA(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가 환경적 영향만을 다뤘다면 지금은 ESIA(Environmental and Social Impact Assessment)로 전환되어 환경뿐 아니라 사회·경제·문화적 영향까지 통합적으로 평가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탄소 감축 프로젝트가 단순히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 사업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생태계의 균형적 발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국제 기준의 변화를 의미한다.

 

아울러, 국가 보고체계도 격년 국가 보고서(Biennial National Report)에서 격년 투명성 보고서(Biennial Transparency Report)로 전환되었다. 이는 파리협정 제13조 ‘투명성 체제’의 핵심 조치로, 기존엔 감축 실적 중심의 정량 보고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무엇을 감축했는가’에서 ‘어떻게, 얼마나 투명하게 이행했는가’로 중심이 이동한 것이다.

 

여기에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CORSIA(항공 탄소상쇄제도) 등 규제 기반 수요가 확대되면서 크레딧의 ‘출처’와 ‘품질’은 기업의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결국 탄소시장은 “얼마나 많이 줄였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줄였고 얼마나 인간사회·자연환경의 실질적 개선에 기여했는가"로 평가 기준이 옮겨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환경정책의 진화가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가 양적 경쟁에서 질적 신뢰 경쟁으로 전환하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다. 그리고 그 신호는 국제금융과 산업 전략, 그리고 공급망의 구조가 함께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비탄소 편익의 부상 — 시장 신뢰의 새로운 언어

감축 프로젝트가 단순히 온실가스를 줄이는 수준을 넘어, 보건, 생계, 생물다양성, 성평등 등 사회·생태적 효과를 만들어낼 때 그 가치는 더 이상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이제 시장의 신뢰는 “그 감축이 어떤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는가”로 측정된다. 국제 탄소 등록소인 Gold Standard는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해 최소 두 개 이상의 SDG 목표에 기여하도록 요구하며, 등록 및 검증 단계에서 SDG 영향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Verra는 SD VISta 체계를 통해 공동편익을 공식 인증하고 있으며, ART-TREES는 2023년 개정판에서 비탄소 편익 보고를 의무화했다. 이제 시장을 불문하고 탄소 감축량만으로는 프로젝트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다.

 

평가기관들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BeZero, Calyx Global 등은 감축의 무결성뿐 아니라, 프로젝트가 지역사회와 생태계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이나 SDG 기여를 별도 항목으로 평가하고 점수화한다. 즉, 탄소감축 MRV와 더불어 공동편익이나 사회적 변화를 추적하는 임팩트 MRV가 함께 작동하는 구조로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ESG 펀드와 기후금융 기관들은 "양 중심 투자"보다 "임팩트 연계 투자"를 더 높이 평가한다. 비탄소 편익은 시장 신뢰의 새로운 언어이자, 탄소 크레딧의 미래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기준이 되었다.

 

 

3. 지속가능성 — 선택이 아닌 필수

이 같은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신뢰의 위기가 시장을 흔들었다. 방법론이 만료되고, 데이터는 불완전하며, 과대 산정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톤 단위의 가치’는 불안정한 자산이 되었고, 시장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동편익’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새로운 잣대를 꺼내 들었다.

 

둘째, 탄소사업이 지역사회의 생계나 생태계에 피해를 준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감축량뿐 아니라 이익이 어떻게 공유되고,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가는가가 정당성의 핵심이 되었다. 감축량만큼 중요한 것이 이익이 어떻게 공유되고, 누구에게 돌아가는가가 되었다. 이제 기후 정의와 포용적 편익 공유가 프로젝트 평가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셋째,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미 지속가능성을 모든 투자의 전제로 삼고 있다. SDG와 정렬되지 않은 프로젝트에는 자금이 흐르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단순한 감축 실적보다 ‘지속가능한 영향’을 담보하는 프로젝트를 찾는다.

 

이 세 가지 요인은 서로를 강화하며, 탄소시장을 한 단계 더 성숙한 시장으로 이끌고 있다. 결국, 지속가능성은 시장을 꾸려가는 윤리이자 생존의 언어가 되었다. 탄소시장은 이제 감축의 양이 아니라 영향의 질로 평가받으며, 그 지속가능성이 곧 시장의 신뢰와 가치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

 

 

미래를 향한 나침반 

프로젝트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 생태적 회복, 경제적 자립이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그 기준 안에는 한 지역의 삶, 한 공동체의 자립, 한 숲의 회복력이 담겨 있다. 탄소의 무결성(Carbon Integrity)과 사회적 신뢰성(Social Integrity)이 함께 검증될 때, 비로소 크레딧의 품질이 완성된다. 이제 우리는 변화의 중심에서, 품질 중심의 탄소시장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마주하고 있다. 

 

탄소시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품질 ITMO(국제감축성과)의 창출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오늘, 안정적인 품질과 충분한 공급량, 데이터 기반의 투명 검증 체계와 실질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구조, 그리고 수치 이면의 사회·생태적 변화를 정성적 서사로 함께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이 모든 변화의 선두에는 “얼마나 줄였는가”가 아니라 “그 감축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가”로 평가받으며 사람과 자연이 시장의 중심에 자리잡는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 품질의 안정성, 지속가능성의 담보와 실효성의 입증이 앞으로 탄소시장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지을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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